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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9077/오늘의 기록

AI 시대 뻐꾸기의 탁란과 인간의 미래 【영화 비바리움 감상】

by 세일러래빗 2023.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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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인 ChatGPT가 한창 화제다. 주문을 키오스크로 받는 가게가 현저히 늘어났고 AI·로봇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AI와 로봇 산업이 성장하면서 인간이 설자리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AI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인간은 AI가 주는 편리함에 젖어 가고 있다.

 

이대로 인간은 괜찮은 걸까?

언젠가 AI가 인간을 내쫓을지도 모른다. 영화 비바리움처럼. 

 

비바리움 포스터, 출처 다음영화

감시당하는 사회

 

비바리움의 배경이 되는 주택단지, 욘더. 하늘과 태양, 구름, 주택 등 채도가 높은 색으로 만들어진 이 주택단지는 비현실적이면서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든다. 똑같은 모양과 색의 주택, 길, 주택단지의 배치는 어딘가 기괴함과 섬뜩함 마저 느껴진다. 

 

욘더에서는 항상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 필요한 음식, 물품이 있으면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보내준다. 그 물품들이 어디서 '보내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나는 비바리움을 보는 내내 하나의 정부가 사람들을 지켜보고 감시하는 '빅브라더 사회'가 떠올랐다. 

 

뻐꾸기처럼 자신을 키워준 인간을 내쫓고 집을 차지한 마틴이라는 캐릭터는 내내 나의 내부에 남아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았다.

 

수수께끼의 존재 마틴과 AI

 

비바리움의 마틴이라는 캐릭터는 겉으로 보기에 인간이지만 다른 존재다. 주인공 커플은 이 낯설고 수수께끼로 가득한 캐릭터를 양육한다. 

 

마틴은 주인공 커플의 말을 따라 하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다. 인간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듯 톰과 젬마의 감정을 '배우려고' 한다. 

 

주인공들은 그의 모습에 진저리를 칠 만큼 끔찍해하지만, 그를 양육하면 풀려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떠올리며 그의 부모 대리인을 계속해 나간다. 하지만 결국 집에서 쫓겨나고 욘더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영화 속에서 마틴은 TV 화면에 비친 수수께끼의 패턴과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인 책을 통해 지식을 접한다. 이 언어는 인간의 것이 아니다. 마틴이 수수께끼의 사람으로부터 받아온 책에는 일러스트와 함께 알 수 없는 언어로 글이 적혀 있는데, 해석할 수 없을 뿐 세상의 지식에 관한 책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AI는 어떤가. AI는 인간이 만들어낸 것을 습득하고 따라 하고 창조해 낸다. AI는 인간의 말을 습득하고 따라 할 수 있지만, 인간은 AI의 언어를 습득하고 따라 할 수가 없다. 

 

젬마가 죽음을 맞을 때 마틴은 젬마에게 '엄마'라고 한다. 하지만 젬마는 그에게 말한다.

난 너의 엄마가 아니야.

 

'그러든지 말든지'라고 하며 마틴은 젬마가 들어 있는 지퍼백을 닫는다. 젬마의 입장에서 마틴은 그저 끔찍한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제적인 선택이었을 뿐이다. 

 

AI는 어떨까. AI도 마틴처럼 인간에게 '엄마'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을 키워주고 학습시켜 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낳은 아이도 아닐뿐더러 '내 아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마틴이 중개소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전 마틴을 찾아갈 때 그가 복제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AI도 마찬가지. AI를 복제시켜 필요한 정보를 습득시켜 나가는 것이다. 복제된 존재인 마틴이 인간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한 AI를 보는 것만 같다.

 

사회에서 내쫓겨난 인간

 

집이란 아이가 사회로 나오기 전에 첫 사회화가 일어나는 장소이다. 작은 사회이기도 하다. 노동, 가사, 육아 등의 모든 사회활동이 바로 집에서 시작된다. 비바리움에서의 집의 개념은 크게 사회로도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집이란 공간에서 사회활동을 하던 톰과 젬마는 뻐꾸기 마틴에게 내쫓기고 만다. 

 

시대의 다변화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AI 기술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 시대적 변화를 우리 인간은 부정하며 거스를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AI를 활용한 관련 영상에는 미래의 수익창출은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활용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뉠지 모른다는 댓글도 있었다.

 

최근에 AI를 활용하여 그림책을 만드는 영상 몇 개를 보았다. 그들은 질문을 통해 ChatGPT로 아이디어를, midjourney로 그림책에 들어갈 그림을 뽑아내어 정말 단시간 내에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나는 그 영상들을 보면서 세상이 ‘정말’ 편해졌다는 것을 실감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함도 들었다. 

인간이 이렇게 편리함에 취해 있어도 되는 것인가? 

 

비바리움을 보고 난 뒤라 더더욱 그랬다. 

우리 인간은 편리함에 취해 경각심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톰과 젬마처럼 우리 인간도 AI에 의해 내쫓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내쫓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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