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뜰에서 되살아나는 눈부신 마법 【비밀의 화원】

 

안녕하세요, 세일러 래빗입니다.

따스한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있습니다. 마치 자랑하듯 길가에서 하얀 자태를 뽐내던 목련, 파도처럼 노란 물결을 이루며 피어있던 개나리, 밝은 웃음으로 길가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던 민들레. 찬란한 파란빛 하늘 아래서 눈부시게 빛나는 자연이 재잘거리며 말을 걸어왔던 때가 엊그제 같이 느껴집니다.

 

 

누구보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에 나오는 세 아이들이 봄이 온 것을 기뻐했을 것 같네요. 그 아이들은 영국 요크셔 황무지의 한 정원에서 봄을 기다려 왔으니까요.

오늘 소개할 작품은 시공주니어에서 펴내고 공경희 님이 옮긴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입니다.

 

비밀의 화원은 어떤 작품?

 

《비밀의 화원》은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이 1911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버넷은 영국의 그레이트 메이덤 홀의 장미 정원에서 이 작품의 영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버넷의 대표작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이 글을 쓴 이유는 가난 때문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비밀의 화원》은 어릴 때 몇 번 밖에 읽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비밀의 화원》이라는 제목과 그 책에 나오는 아이들이 숨겨진 화원을 가꾼다는 내용 정도로만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었죠.

 

어느 날 동생이 영어공부를 시작하겠다며 직독직해로 읽는 세계명작 시리즈 《오즈의 마법사》를 구매했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고 싶었던 차에 동생이 구매한 책을 보고 직독직해로 읽는 세계명작 시리즈 《소공녀》와 《비밀의 화원》을 주문했습니다.

택배로 수령한 직독직해로 읽는 세계명작 시리즈 《비밀의 화원》을 둘러보다가 책 속의 몇 문장들이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마치 마법처럼요. 그렇게 뭔가에 홀린 것처럼 《비밀의 화원》을 읽게 되었습니다.

 

비밀의 화원 줄거리

 

메리 레녹스는 작고 야윈 얼굴에 못생기고 성격도 못된 여자아이였습니다. 메리는 인도에서 태어났고 메리의 아버지는 항상 바빴으며 어머니는 아이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메리는 툭하면 자신의 아야에게 심술궂게 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도에 콜레라가 발병하여 아야 뿐만 아니라 메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혼자 남겨진 메리는 고모부 아치벌드 크레이븐이 살고 있는 미셀스와이트로 가게 됩니다.

넓고 커다란 미쉘스와이트에서 메리는 숨겨진 화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메리 안에서 숨겨진 화원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갈 때쯤 붉은가슴울새를 만납니다. 

 

 

붉은가슴울새는 메리에게 숨겨진 화원의 열쇠가 있는 곳과 숨겨진 화원,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알려줍니다. 비밀의 화원을 찾아낸 메리는 마사의 동생 디콘과 함께 비밀의 화원을 살려내기로 합니다. 

비가 오는 날 밤, 어디선가 들리는 울음소리를 듣고 울음소리의 정체를 찾아 나선 메리.

다름 아닌 그 울음소리의 정체는 크레이븐의 아들 콜린이었습니다. 콜린은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하며 자신은 곧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갇혀 지냈습니다.

 

하지만 메리를 통해 비밀의 화원을 알게 되고 디콘과의 만남으로 나쁜 생각들에서 벗어나면서 콜린은 어떤 실험을 하기로 하는데요.

콜린의 실험은 성공할까요?

비밀의 화원은 되살아나게 될까요?

 

좋았던 점

 

《비밀의 화원》은 메리와 디콘, 콜린 이 세 명의 아이들이 비밀의 화원을 가꾸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기쁨을 느끼고 마음을 치유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 뿐만 아니라 제 자신도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메리와 디콘, 콜린이 버려진 화원을 돌보면서 변해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죽어가는 화원을 살리려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작품 전반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버넷에 대해 알아보고 나서는 작품이 다른 의미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작품은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이 자기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닐까.

 

이 작품이 쓰여지기 전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은 첫째 아들인 라이오넬을 병으로 떠나보냈습니다. 라이오넬이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영적인 영역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비밀의 화원>에는 버넷이 탐구했던 것들이 작품 속에 녹아 있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고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비밀의 화원. 비밀의 화원은 메리이자 콜린이며, 작품을 읽는 독자이기도 합니다. 버려진 비밀의 화원을 살려내고 가꾸는 것. 그 안에는 치유의 메세지가 강하게 들어 있습니다. 

 

영국의 그레이트 메이덤 홀의 장미 정원에서 버넷은 버려진 정원을 찾았는지도 모릅니다. 비밀의 화원을 통해 버넷 자신 또한 치유받지 않았을까요.

 

인상 깊었던 구절

 

 

콜린은 비밀의 화원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접하고 자기 자신에게 어떤 실험을 합니다. 메리와 디콘은 콜린이 하는 어떤 실험의 목격자가 되어 콜린이 자기 자신에게 건 마법을 지켜봅니다. 

 

'마법을 처음 시작하는 방법은 멋진 일이 일어날 거라고 얘기하는 걸지도 모른다' 고 콜린은 말합니다. 콜린의 이 대사는 제 마음에 와 닿았던 몇 문장 중 하나이며,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에밀 쿠에의 자기암시요법에서는 특정한 문장을 반복하면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이 부분의 콜린의 대사가 그렇습니다. 저는 이 구절을 보고 버넷이 자기암시요법에 관심을 가졌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항상 재미없고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오늘은 멋진 일이 일어날 거야.” 라고 자신에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품을 즐길 소소한 포인트

 

《비밀의 화원》을 즐길 수 있는 소소한 포인트 4가지를 소개합니다. 

 

메리와 콜린이 싸우면?

버릇없는 메리와 신경질적인 콜린, 성격이 고약하고 고집도 센 두 아이가 싸우게 되면 누가 이길까요? 디콘의 어머니 소어비 부인의 말처럼 오렌지를 통째로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 두 사람을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반응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마법사 디콘과 동물 친구들

《비밀의 화원》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로 디콘은 마법을 부릴 줄 압니다. 까마귀와 토끼,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그의 친구가 되고, 심술궂던 청개구리 메리 아가씨도 나쁜 생각만 하던 콜린도 그의 마법에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조심하세요. 디콘의 마법은 작품 밖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독자에게까지 전해지니까요.

 

타샤 튜더의 삽화

시공주니어에서 펴낸 《비밀의 화원》의 삽화는 타샤 튜더가 담당했습니다. 타샤 튜더의 따뜻한 그림이 이 작품의 분위기를 더 깊이 있고 생기 넘치게 만들어 줍니다. 타샤 튜더가 아닌 다른 작가의 삽화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한 요크셔 사투리

원작 《비밀의 화원》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주로 요크셔 사투리를 사용합니다.

 

《비밀의 화원》을 한국어로 옮긴 공경희 님은 요크셔 사투리를 우리나라 지방 사투리로 번역하였습니다. 시공주니어에서 펴낸 《비밀의 화원》의 리뷰를 보니 번역된 요크셔 사투리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등장인물들이 쓰는 사투리가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읽다 보니 이 사투리 덕분에 작품에 생동감이 넘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등장인물들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마법은 가까이에 있다

 

세상에는 콜린이 했던 나쁜 생각들처럼 나쁜 마법이 있고 비밀의 화원을 되살리는 것처럼 좋은 마법이 있습니다.

《비밀의 화원》은 제게 좋은 마법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미셀스와이트에서 메리가 찾아낸 ‘버려진’ 정원은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았던 메리 자신이었고 제 자신이기도 했습니다.

메리가 되어 디콘과 콜린을 만나 비밀의 화원을 돌보면서 자신 속에 버려진 정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세 명의 아이들 너머에서 독자에게 전하는 버넷의 메세지는 마치 따스한 봄의 햇살 같았습니다.

저는 봄이 올 때쯤, 그리고 봄이 되면 비밀의 화원을 떠올립니다. 구근과 아네모네와 장미꽃이 피어나고 붉은가슴울새가 요크셔의 파란 하늘을 날아다니겠지요.

마법이 가득한 비밀의 화원에서 메리와 콜린, 디콘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